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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창고_심리상담의 실제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와의 상담, 사춘기 자녀와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by 디어라니 2023. 6. 8.

'청소년기'는 보는 기준, 견해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이후 중고등학교 시기까지를 가리킨다. 청소년기의 가장 중요한 발달과업은 자아정체감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 시기는 평온하게 흘러가지 않으며 단선적인 과정이 아니다. 급격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로 청소년은 다양한 성장통을 겪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 특히 부모와의 갈등이 증가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과정을 겪어 나가는 부모 역시 상당한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한다. 이에 청소년 상담에서 부모를 상담하는 것은 청소년 내담자를 만나는 것만큼의 중요성을 가진다. 부모-자녀 관계에서 원활한 소통은 원만한 부모-자녀 관계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청소년 자녀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는 상당히 많다. 다음에서 자녀와의 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하기 1 : 자녀의 자율성 존중하기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올바른 청소년의 성장을 부모로부터 경제적, 심리적 독립을 이루는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 때문이다. 자녀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그의 감정, 사고,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청소년기의 중요한 과업인 자아정체감을 확립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부모가 자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와 행동을 보일 때 자녀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부모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기준으로 자녀의 생각과 행동을 평가하면 자녀는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부모에게 꺼내놓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부모님에게 혼날 거야.', '이렇게 행동하면 부모님이 싫어하시겠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자녀들은 부모와의 정서적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자녀의 선택, 감정을 존중하며 경청하는 부모의 태도는 부모-자녀의 촉진적인 소통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하기 2 : 진솔한 마음으로 교류하기

대화에서 감정의 교류는 중요하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문자를 통해 표현하지 않아도 그 감정은 표정과 말투 등의 비언어적 메시지를 통해 상대에게 전달된다. 자녀에게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때를 예로 생각해 보자. 자녀에게 '서운하다, 화가 난다'와 같은 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식사를 챙겨줄 때 그릇을 세게 식탁에 내려놓거나 자녀를 대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한다거나, 또는 퉁명스러운 말투를 통해 내 감정은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다. 그때 자녀가 부모의 눈치를 살피며 '엄마(아빠), 화났어?'라고 물었다고 해보자. 그때 부모는 지금의 감정으로 자녀와 대화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화가 난 말투와 굳은 표정으로 '아니 화 안 났어. 밥 먹어'라고 반응한다면, 자녀와의 소통은 어떻게 될까. 이럴 때 자녀에게 부모의 마음을 진솔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이때 주의할 것은 부정적 감정을 담아 전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화가 난 감정을 분노를 폭발시키듯 소리를 지르거나 잔뜩 성이 난 얼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녀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다. 부모가 자녀의 부정적 감정 그리고 갈등상황을 잘 다루려면 먼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적절히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부모의 상당한 역량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부모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자는 부모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다면 위에서 예로 든 상황에서 어떻게 자녀와 대화하는 것이 적절할까.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린 상태에서 부모가 현재 자녀에게 느끼는 감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이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어떤 상황으로 인해 지금의 감정과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준다. 이러한 과정은 자녀 또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부모와 나눌 수 있게 만든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하기 3 : 갈등해결하기 

부모와 자녀의 갈등의 양상은 다양하다. 특히, 자녀가 반복되는 문제행동을 보일 때 갈등은 오랜 기간 지속되고 그로 인해 부모와 자녀가 겪는 정서적 스트레스는 심각해질 수 있다. 중학생 자녀가 게임시간을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로 부모와 자주 다투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자. 부모는 자녀를 타이르기도 해 보고 혼내기도 해 보고 때론 인터넷 연결을 끊어 강제로 게임을 못하게끔 하는 극단적인 방법 등 안 해본 시도가 없을 것이다. 게임에만 몰두해 있는 시간으로 인해 자녀는 학업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거나 여가시간만 되면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어 외부 활동 및 신체 활동을 하지 않는 등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부모가 강제로라도 게임을 못하게 할 때면 자녀는 짜증을 내거나 크게 화를 내면서 부모와의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부모는 자녀에게 어떻게 대화를 시도해야 될까.

 

첫째,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와 같은 대화상황에서도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자녀를 혼내거나 비난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에게 게임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해 들을 수도 있다.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것의 즐거움을 넘어 청소년에게 게임은 그 안에서 또래관계 욕구가 충족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말라는 것은 자녀에게 친구와 연결된 도구를 빼앗는 것과 같다. 대화를 통해 부모는 자녀의 이면의 욕구를 확인하게 되고 자녀의 문제 행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둘째, 문제해결을 위한 해결방안을 함께 찾는다. 자녀의 일상에서 게임을 뺏는 것보다 조절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가 가능하려면 자녀 또한 게임이 자신의 일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인정하고 조절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게임시간, 약속을 잘 지켰을 때의 보상 또는 지키지 못했을 때의 사후처리 등에 대해 자녀와 약속을 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이다.

 

셋째, 합의된 해결방안을 실천하고 자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평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녀가 한 번에 부모와 약속한 것을 지키면 좋겠지만 부모가 바라는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 바로 꾸중하거나 훈계하지 않는다. 인내심을 가지고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한다. 자녀가 바람직한 행동을 익히기 위해서는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녀가 스스로 자신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꾸중하는 것은 자녀에게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빼앗고 자칫 부모가 원하는 기준에 맞춰서 혼나지 않기 위한 행동들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단기간 행동의 변화를 보일 순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효과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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