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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창고_심리상담의 실제

상담 중반부의 작업 - 2. 저항 다루기(주지화, 약속취소 등)

by 디어라니 2023. 5. 17.

저항의 양상으로는 침묵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있다. 상담장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저항의 형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에는 침묵과 반대로 말을 많이 하는 것, 주지화, 상담약속의 변경 또는 취소가 있다. 

말을 많이 하기

내담자가 말을 많이 하는 경우도 일종의 저항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쓸데없는 일상의 이야기만 자꾸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회피하고 상담자의 개입의 여지를 차단할 수 있다. 이럴 때 상담자는 내담자의 말을 잠시 끊고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00 씨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나요?" 또는 "지금 이렇게 끼어들지 않으면 제가 아무 말도 못 할 것 같아요." 하며 넌지시 직면할 수 있다.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다. 상담시간은 대게 50분으로 설정되는데, 내담자가 대략 40분동안 다른 이야기를 실컷 하다가 끝날 때쯤 돼서야,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요..." 라면서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내담자에게 중요한 주제에 대해 충분히 탐색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양상이 반복된다면 상담자는 이 패턴에 대해 지적해야 한다. "우리가 효과적으로 상담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상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정해진 시간에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실천하는데 불편함 또는 어려움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상담의 재구조화를 실시할 수 있다. 

주지화

주지화란 내담자가 자신에 대한 통찰을 머리 수준으로만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상담자의 해석이나 설명을 이해했다는 식으로 반응하지만, 그 깊은 의미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깊은 통찰은 "아! 내 문제의 원인이 이것이었구나!"하며 머리로 이해하는 동시에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어떤 내담자는 눈물을 흘리는 등의 감정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내담자가 말로는 "아! 그렇군요."라고 말하긴 하지만 말의 표현과 감정이 일치하지 않을 때 내담자가 주지화로 저항하고 있진 않은지 살필 필요가 있다. 이런 식의 깨달음과 자각은 머리와 가슴으로 함께 느끼는 것과 그 깊이가 다르다. 

어떤 내담자는 자신의 증상에 관련한 서적을 찾아보거나 정신분석과 같은 심리 관련 서적을 사서 보기도 한다. 머리로 자신의 증상과 문제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이런 경우 내담자에게 책을 못 보게 하거나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상담자의 그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상담자 자신이 내담자의 주지화를 유도하고 있진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와 같은 질문을 많이 사용하는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에 집중하게 만들기보다 상담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머리로 노력하다 보니 주지화가 되는 것이다. 

약속시간을 변경하거나 상담시간에 나타나지 않기 

대개의 내담자는 상담 약속시간을 잘 지키고, 시간을 변경하거나 취소해야할 경우에는 사전에 양해를 구한다. 그런데 상담에 부담을 느끼거나, 상담이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느낄 때 내담자는 상담소에 오는 것을 꺼릴 수 있다. 라포가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판단되었는데도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상담자는 이 행동패턴에 대해 내담자와 이야기 나눠야 한다. 무엇이 부담인지, 상담 또는 상담자에게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충분히 논의하고 수용받는다면, 내담자는 자신이 존중받는 느낌을 받고 상담과 상담자를 더욱 신뢰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위의 경우와 다르게 내담자가 자신에게 좀더 편한 시간을 찾기 위해 계속 변경을 요구한다면 상담이 내담자의 일상에서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겨지는지, 상담에 참여하는 것은 쌍방 간의 약속이며 책임감을 가져야 함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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