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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창고_심리상담의 실제

상담 중반부의 작업 - 2. 저항 다루기(침묵)

by 디어라니 2023. 5. 17.

이번에는 변화에 대한 저항을 설명하려 한다. 사람은 각자의 사고, 감정 및 행동패턴이 있다. 이들의 합을 우리는 성격(personality)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패턴은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성격은 현 상태를 지속하려는 경향성이 있는데, 이것을 '성격의 안정성 또는 일관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성격은 많은 경우 의식하기도 쉽지 않다. 나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행동, 사고이기 때문이다. 

 

상담에서 내담자는 자기 탐색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격에 대해 명료하게 인식하고 의식하게 된다. 내담자는 자신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의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데 수년 동안 자연스럽게 습관처럼 밴 것을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시도하려고 하면 변화를 거부하고자 하는 반작용이 생기게 된다. 이것을 '저항'이라고 한다. 변화의 과정에서 저항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상담의 성과도 달라진다.  다음에서는 다양한 저항의 양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침묵의 의미와 유형

모든 침묵이 반드시 저항의 표시는 아니며, 내담자가 침묵하는 이유나 의미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초심 상담자에게 침묵은 큰 불편감을 야기한다. '이 침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면 상담자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상담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상담자는 침묵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담자가 좀 쉬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좋다. 하지만 침묵이 너무 길어진다 판단되면 부드럽게 개입함으로써 내담자의 침묵의 의미를 알아볼 수 있다. "침묵이 좀 길어지는군요."와 같이 반응할 수 있다. 침묵이 발생하는 상황과 대처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라포형성 이전 침묵은 불확신감을 나타낸다. 상담자가 자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불안 때문에 내담자가 말을 꺼내는 것이 조심스럽고 온전히 자신이 이해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감이 부족한 경우이다. 이러한 침묵은 상담자의 따뜻한 관심과 정확한 공감을 통해 줄어들 수 있다.
  • 상담에 대한 적대감에서 오는 저항이나 불안 때문에 생기는 침묵이 있다. 상담자가 먼저 질문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자!'는 식의 방관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주로 비자발적인 내담자들이 이러한 형태의 저항을 보인다. 상담에 대한 불편한 마음에 공감해주는 것과 동시에 상담의 구조화를 다시 함으로써 상담에서의 내담자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빤히 쳐다보면서 마치 눈싸움을 하는 것과 같은 침묵이 생길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비자발적 침묵이 다소 수동적인 태도라 한다면, 이런 경우는 좀 더 분명하게 적대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상담자는 맞서 싸우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 사이에 긴장감이 돌고 있네요. 어떤 이야기 이후에 이런 긴장감이 드는 것 같은데요."와 같이 지금의 상황에 대해 요약하고 반응해 줄 수 있다. 
  • 내담자가 어떤 이야기를 꺼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침묵이 생길 수 있다. 이 때에는 침묵을 견디며 내담자가 주제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내담자 자신이 침묵을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내담자를 배려해서 상담자가 침묵을 깰 수도 있다.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지요."와 같이 반응하거나 또는 "우리가 여러 번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것 같네요."와 같이 넌지시 주제를 제공하여 침묵을 깰 수도 있다. 
  • 내담자가 방금 한 이야기에 대해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경우 침묵이 길어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원칙적으로 침묵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의도적으로 침묵의 시간을 길게 늘려 줄 필요도 있다. 그래야만 내담자의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이야기의 주제를 계속해서 진전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상담자의 공감이나 해석에 동의하지 않을 때 내담자는 침묵할 수 있다. 분위기상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기는 하지만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내담자는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내담자는 상담자를 권위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할 수 있다. 또는 상담자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이 미안해서 침묵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했을 때 상담자는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은데 꺼내기가 어려워 보이네요."와 같이 반응하며 내담자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침묵의 수용과 경청

상담자가 침묵을 지키며 경청하는 것은 내담자에게 말을 하도록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침묵에 대한 수용은 내담자가 자신의 중요한 느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통찰에 이를 수 있게 시간적인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경험이 적은 상담자는 침묵을 견디는 것을 어려워한다.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상담자가 말을 꺼냄으로써 내담자의 생각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하나의 범하기 쉬운 오류는 내담자가 말하려는 문장을 완성해버리는 것이다. 이 경우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뺏는 것이 된다. 상담자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침묵을 견디고 경청하는 것은 결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며, 대화의 공백상태를 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인 대화방식 중 하나로 침묵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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