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창고_심리상담의 실제

상담 중반부의 작업 - 3. 내담자에게 초점 돌리기

by 디어라니 2023. 5. 19.

상담자는 내담자를 위한 것이지 상담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내담자의 다양한 질문이나 욕구 표현에 대해 상담자는 그동안  자신이 습관대로 해온 방식으로 반응하기 쉽다. 습관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상담자 자신을 위한 것이다. 상담자는 늘 내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며, 내담자가 한 번 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버티기, 담아두기, 제자리로 되돌려 놓기

상담 진행 중 내담자가 상담자에 관해 직접적으로 물어 오는 경우가 있다. 내담자의 질문이 적합하다고 여겨질 땐 즉시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답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느라 상담자가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재빨리 내담자에게 말머리를 돌려줘야 한다. 반대로 내담자가 자신에 관해 묻는 경우의 상담자 반응도 역시 이 원칙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컨대, 상담자는 내담자의 질문이나 요구에 응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담자가 질문하게 된 배경이나 의도에 대해 다시 탐색한다. 즉, 내담자를 자기 탐색의 자리로 다시 되돌려 놓는다. 

 

때로 내담자는 이런 상담자의 노력에 대해 불만 또는 부담을 느끼고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선생님이 직접 가르쳐 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은 늘 그런 식으로 말씀하세요." 하지만 이런 경우 역시 내담자의 불평이나 부담을 수용함과 동시에 내담자를 자기 탐색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내담자의 감정적 동요에 흔들리지 않고 버티며, 상담자의 감정 반응을 참고 담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담자가 다시 반응하도록 기다릴 수 있다. 

과제의 활용

상담자는 필요에 따라 내담자에게 적절한 과제를 부여할 수 있다. 과제는 다양한 형태로 제시할 수 있으며, 꼭 상담 중반부가 아니더라도 상담 진행 중 필요한 시기에 제공될 수 있다. 과제의 양상을 보면 운동하기, 상사의 요구 거절하기, 즐거운 활동 계획하기, 이완 훈련하기 등 다양한 것이 가능하다. 대개 상담에서 자주 활용되는 과제 중에는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감정일기 나 관찰일지를 쓰게 하는 것이다. 내담자는 자기 관찰일지를 쓰면서 어떤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또는 어떤 상황이 어떤 감정을 촉발시키는지 점점 더 명확하게 알게 된다. 이런 사건과 감정상태를 일지에 최대에 자세히 기록한다. 섭식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들이 먹는 음식의 양, 시간 등을 기록하게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내담자에 대한 보다 객관적 자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일정 기간 동안 내담자에게 일어난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실제로 진전이 있었는지의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과제 활용시 주의할 점은 내담자가 과제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제를 힘들거나 귀찮은 것으로 여긴다면 내담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되지 못한다. 따라서 과제를 제시할 때에는 과제의 적절성이나 상담목표를 위해 과제를 하는 것의 중요성을 내담자와 함께 논의하고 합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종종 내담자가 먼저 "다음 상담시간까지 제가 해야 할 것은 없나요?" 묻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내담자의 과제 수행동기는 더 강해지는 장점이 있다. 

내담자에게 제시하는 과제나 활동은 성공적으로 수행될 확률이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 내담자가 과제 수행을 실패했을 때의 따라올 부정적인 결과도 주의 깊게 고려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심한 대인공포증을 가진 사람에게 사람을 만나는 과제를 부과하는 것은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고, 이러한 실패 경험은 이후의 상담동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과제를 해오면 과제를 했는지의 여부나 성공만을 확인하지 말고 과제를 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의 행동양상이나 사고방식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다음 과제를 위한 적절한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내담자가 과제를 성공했다면 이를 성취경험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칭찬으로 강화해 줄 수 있다. 

상담진행의 평가 및 종결의 준비

내담자가 가진 여러 가지 어려움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자신의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이 일어나면서 문제상황을 극복할 계획을 세우고 일상에서 실천되고 있다면 상담의 중기 작업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런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내담자는 자신이 변화되었다 느끼고 성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상담진행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좀 더 쉽게 알기 위해 상담 초반 정한 상담목표의 달성 여부를 체크해 볼 수 있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목표달성 여부를 평가하고 새로운 장애물이 발견되거나 목표가 변경되는 것에 따라 적절한 상담계획으로 조정하면서 물이 흐르듯 상담은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야 한다. 

내담자는 모두 다르고 그들이 제시하는 문제의 유형 또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상담이 동일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으며, 동일한 수준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개별성을 인지하고 각 내담자에 맞추어 자신의 상담활동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 상담자는 각 면접 회기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큰 틀에서 봐야 하며 상담자가 상담의 전 과정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음에 유의해야 한다. 

상담 중반의 난관들이 극복되고 내담자의 저항이 건설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어 가면 내담자에게 필요한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내담자 또한 이 변화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상담의 평가가 만족스럽게 될수록 내담자와 이별을 준비하는 상담의 종결단계가 다가오게 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