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뇌는 구조적, 기능적으로 성인의 뇌와 다르다고 설명하였다. 청소년기 뇌 발달의 특징을 2가지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계획 세우기, 의사 결정하기, 사회적인 행동 조율하기, 충동 억제하기, 감정 조절하기 등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이 아직 발달 중이어서 미성숙한 상태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즉각적인 만족과 보상의 추구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인 편도체(amygdala)는 청소년기에 작동이 될 수 있도록 이미 성숙해져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청소년기의 뇌는 자극추구적인 행동을 통해 도파민 분비를 매개로 한 보상활동을 활발하게 추구한다. 이 두 기능 간의 부조화가 청소년의 언어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앞선 글에서 설명한 '이해할 수 없는' 청소년들의 행동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한 포인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뇌가 '리모델링 중'인 청소년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충분한 수면이 필요함을 이해하라.
우리는 일생동안 급성장(growth spurt)하는 시기를 두 번 갖는다. 0-3세 시기가 그 첫 번째 시기이고, 청소년기가 두 번째 시기이다. 청소년기 동안 뇌는 전전두엽의 가지치기가 활발히 일어나는데, 여기서 뉴런 사이의 약하거나 불필요한 연결은 제거되고 나머지 연결은 강화된다. 수면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복 시냅스 제거를 촉진하고 신경 회로의 개선을 촉진하여 보다 효율적인 뇌 기능을 유도한다. 수면이 부족하게 될 경우 다양한 인지적, 행동적, 정서적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이 수면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는 수면패턴의 변화도 일어난다. 사춘기 청소년의 경우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어린이나 성인과 달리 늦은 밤에 분비되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밤 11시까지는 졸리지 않는다. 사춘기 아이들의 수면패턴을 알아보는 실험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새벽 2~3시가 되어서 잠이 들고 낮 12시에 깨어났다. 수면패턴이 이렇다 보니 아침 8-9시까지 등교하는 것이 그들에겐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아이가 게을러서, 의지력이 약해서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청소년기 수면 패턴의 변화에 대해 이해하고 그들을 대하는 것이 좋다. 청소년 스스로에게 이런 특징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스스로 수면일지를 작성해 보도록 제안할 수도 있다. 학교생활 등 낮 생활동안 충분한 주의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수면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이성적으로 논쟁하지 말고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하라.
앞의 내용들을 통해 청소년의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이해했다면, 그들과 대화할 때 이성, 논리적 차원의 접근이 효과적이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어른의 언어로 합리적인 설명을 한다면, 마음의 문을 닫고 저 멀리 도망가 버릴 것이다. 감정과 느낌의 차원에서 '그럴 때 네 기분은 어떠니?' 하고 접근하는 것이 훨씬 좋다. 물론, 이런 대화가 평소에 잘 훈련이 되어있는 관계라면 원활하게 소통이 되겠지만, 어른에 대한 불신이 크거나 이런 대화가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에게 그런 질문을 했을 때 '몰라요'라고 답하거나 침묵을 반응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잘 모르겠나 보구나' 하고 넘어가면 된다. 굳이 대답을 종용하며 따져 묻지 않는 것이 좋다.
관리자가 아닌 조력자가 되어 주어라
청소년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부모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며 관리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자녀의 학교 및 학원 생활, 친구관계, 식생활 등에 개입하고 관리하는 것은 그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부모입장에서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 입장에서 감시당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부모의 도움이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아이는 거부감과 반발심이 들어 그 일의 결과에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에 책임을 지는 법을 가르치려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에 대해책임을 지려한다. 설사 좋은 결과가 돌아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에 의한 선택이었다면 그 결과는 그 사람에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기뻐하지 않는다. 결과가 좋든 싫든 간에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는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자녀의 실수에 관대하라
어른들의 눈에는 그 결과가 뻔한 것이라 하더라도 청소년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조망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뇌의 완성도가 어른의 경우 마치 2층집의 꼭대기에서 전체적인 집 상황을 볼 수 있는 것이라면, 사춘기 아이들은 아직 1층에 있기 때문에 그 높이만큼의 시야밖에 갖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이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실수를 할 때 어른들은 관대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들은 성장한다. 실수하고 배운 만큼 시야가 넓어진다. 그러므로 부모와 어른은 청소년이 한 실수에 대해 혼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 좌절의 시간을 견뎌주고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가끔 상담자에게 부모님들이 '자녀가 실수하고 실패하며 크게 좌절하면 어떡하지요?'라고 물을 때가 있다. 그때 상담자는 '그 좌절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난 만큼 자녀는 성장할 것입니다'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해 준다. 실수와 실패를 해보지 않은 아이는 좌절에 대한 인내력을 배울 수 없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는 결국 어떤 것에도 도전하지 못하게 되는 겁쟁이가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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