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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창고_심리상담의 실제

수용전념치료 - 5. 무엇을 수용하고 무엇을 경험해야하는가

by 디어라니 2023. 6. 2.

수용과 기꺼이 경험한다는 것은 그 순간에 일어나는 내적경험이 그 무엇이든 그 현재 순간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사건과 생각, 그리고 감정을 수용하라는 것일까. 우리에게 필요한 수용과 경험은 무엇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이곳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무엇을 수용해야 하는가

만일 당신이 실수로 뜨거운 난로에 손을 댔다면 당신은 즉시 손을 뗄 것이다. 크게 다치지 않기 위해서 난로에서 손을 떼는 행동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내 손이 뜨거운 난로에 닿았고 그 때문에 상처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꺼이 느끼지 않으려는 것의 부작용은 우리가 무엇을 피하고 있는지 또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 당신이 상대방에게서 이전 안 좋게 헤어진 연인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도, 이러한 감정의 신호를 놓침으로써 또 다른 좋지 않은 관계를 시작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 당신에게 경고를 보내는 불편한 감정들을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주는 직업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는 마치 뜨거운 난로 위에 손을 올려놓고도 뜨거움을 인식하지 못하여 손이 타들어가도록 그냥 놔두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역설적이게도 고통을 느껴야만 고통을 피할 수 있다. 

뜨거운 난로의 고통과 다른 종류의 고통도 있다. 건강한 행동 뒤에 따르는 고통이거나 본능적이고 조건화된 형태의 고통이 그것이다. 격렬한 운동을 한 후에 근육 통증이 느껴지는 것, 열심히 공부를 하고 난 뒤에 느끼는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본질적으로 뜨거운 난로의 고통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다. 건강한 행동 뒤에도 고통은 수반된다. 건강한 삶에도 고통은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고통이 없어야 된다는 생각 자체가 어쩌면 우리의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는지도 모르겠다.

 

ACT에서 말하는 수용이나 기꺼이 경험하기는 상황이나 사건, 행동을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학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학대'를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해야 할 것은 '고통 중에 있음을 수용하는 것', 이에 따라 뒤따르는 힘든 기억을 수용하는 것, 그리고 괴롭힘을 멈추기 위해 필요한 단계를 가야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을 수용하는 것이다. 다음의 질문들에 답을 하며 무엇을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라. 

 

  • 가장 많이 피하는 기억과 심상(image)
  • 이러한 기억과 심상을 피함으로써 치르는 대가
  • 가장 많이 피하는 신체 감각
  • 이러한 신체 감각을 피함으로써 치르는 대가
  • 가장 많이 피하는 감정
  • 이러한 감정을 피함으로써 치르는 대가
  • 가장 많이 피하는 생각
  • 이런 생각을 피함으로써 치르는 대가
  • 가장 많이 피하는 행동과 충동
  • 이러한 행동이나 충동을 피함으로써 치르는 대가

위의 다섯 가지 회피 영역(기억과 심상, 신체 감각, 감정, 생각, 행동 성향과 충동)을 기록해 보고, 만일 두 개 이상의 회피 영역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 다음의 장을 계속 진행하라.

 

기꺼이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꺼이 경험하기'가 쉽지 않은 건 많은 노력이 들어서가 아니라 '다루기 까다롭다'는 점에서 어렵다. 배워본 적도 없으며 배운다 하더라도 내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무엇이 '기꺼이 경험하기'가 아닌지를 설명하는 것이 보다 명확하게 이 작업의 이해를 돕는 것이 될 것이다. 

 

  • 원하지 않아도 기꺼이 경험할 수 있다.

집안의 잔칫날 모든 친척을 당신의 집에 초대했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이 좋아하는 친척들도 오지만 당신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까다로운 삼촌도 당신 집을 찾을 수 있다. 당신은 삼촌이 잔치에 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를 환영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고 그에게 안부를 물을 수도 있다. 그를 잔치에 어울리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당신은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까다로운 그 삼촌을 환영할 수 있다. 당신이 그를 좋아해서 '이 잔치에 삼촌이 오지 않았다면 얼마나 아쉽고 서운했을까?'와 같은 감정을 가져야만 삼촌을 집으로 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오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가다. 반대로 그가 오는 것이 반갑지 않아 그를 문전박대하고 돌려보낸다고 생각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란이 벌어지고 그를 쫓아내는 데에만 집중하며 당신은 더 이상 잔치를 즐기지 못한다. 또한 참석한 손님들도 그 소란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당신과 잔치의 손님들의 초점은 점점 그 삼촌에게로 모인다. 정확하게 당신이 원하지 않았던 바이다.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감정이나 기억, 생각들을 당신의 마음의 문 앞에서 쫓아내려 애쓸 때 잔치는 시작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 가다. 

 

  • 기꺼이 경험하기는 믿음의 문제가 아니다.

내담자들에게 '기꺼이' 하겠는가 물었을 때 종종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답을 들을 때가 있다. 기꺼이 경험하기는 당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어떤 것도 아니다.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기꺼이 경험하기는 그 순간에 예 혹은 아니오로 대답하는 것이다. 다음의 예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오른손으로 왼팔을 만지면서 '나는 왼팔을 만질 수 없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는 문장을 반복해서 말해보자. 당신이 말하는 것과 관계없이 당신은 왼팔의 느낌을 느낀다. '당신이 느낌을 느낄 때 그 느낌을 기꺼이 느끼겠는가?'라는 질문에 당신은 오직 두 가지 방식, 즉 예 또는 아니오로만 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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