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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창고_심리상담의 실제

수용전념치료 - 3. 자기개념화

by 디어라니 2023. 5. 30.

우리는 생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법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기술(description)과 평가(evaluation)의 차이를 살펴보며 경험과 사건에 대한 주관적 평가(판단)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쉽게 생각에 걸려든다는 것을 알았다. 또 다른 걸려들기 쉬운 생각의 종류는 '자기 개념화'이다. 자기 개념화(self-conceptualizations)란 나 자신에 대해 말하는 진술인데, 은연중에 우리는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다음의 세 가지 자기 인식 개념을 살펴보며 자기 개념화가 어떻게 우리 마음의 경직성을 높이는지 알아보자.  

 

개념화된 자기

 

'나는 ~이다'의 언어로 표현되는 자기다. 개념화된 자기는 '나는 늙었다. 나는 불안하다, 나는 아름답다'와 같은  내용을 담는다. 그 내용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스스로에게 납득시켜 온 당신의 모습과 당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개념화된 자기는 당신의 행동에 이유들을 잘 설명하고, 당신의 경험에 일관성을 제공하는 자기와 일치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쉽게 당신과 개념(생각) 자체를 동일시하게 된다. 만일 당신이 불안, 우울로 심리적 괴로움을 겪고 있다면 이러한 장애와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이 경험한 정서적 문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신의 우울과 불안에 대한 이야기는 당신 삶의 전체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은 우울, 불안 그 이상의 것이다.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융합된 생각들로부터 벗어나기란 쉽지 않으며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개념화된 자기로 설명되는 '생각'과 거리 두는 연습을 다음과 같이 해볼 수 있다. 당신의 괴로움에 대해 적어보라. 그리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주요 문제들과 그것들이 당신의 삶에 나타나게 된 이유들을 기술하라. 다 적었다면 당신이 쓴 글을 읽으면서 사실에 해당하는 부분에 밑줄을 그으라. 그 일이 일어난 어떤 원인적인 분석이 있다면 해당 부분에는 밑줄을 긋지 말라. 그것은 당신의 생각이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의 글에서 추려 낸 사실들을 가지고 이제는 전혀 다른 결말로 끝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여 적어 보자. 객관적인 사실들을 가지고 당신이 다른 이야기로 통합할 수 있는지 연습하는 것이다. 똑같은 사실들의 의미가 바뀌어서 어떻게 서로 다른 이야기가 되는지 관찰하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러한 연습이 한 번에 쉽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반복적인 훈련이다. 

 

지속적인 자각과정으로서의 자기

지속적인 자각(ongoing self-awareness)이란 자신의 경험을 현재 순간에 진행되는 과정으로서 이해하는 것이다. 앞의 개념화된 자기와 다른 점은 비평가적이고 현재적이며 유연한 범주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이것을 느끼고 있다.', '나는 지금 이것을 생각하고 있다.'와 같이 기술될 수 있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건강한 심리적 기능의 중요한 요소이다. 감정과 생각의 인식이 어렵다는 것은 경험의 회피와 매우 높은 상관을 보인다. 상담장면에서 '지금 무엇이 느껴지세요?'와 같은 질문에 내담자가 '잘 모르겠어요.'라는 답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때 그렇다. 다음의 예를 보면 더 잘 이해가 될 것이다. 개념화된 자기 개념이 지배적일 때, 지속적인 자각과정으로서의 자기 인식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항상 친절하고 상냥한 나'라는 개념화된 자기를 가진 사람이 현재 순간에 원망, 분노와 같은 감정이 나타날 때 이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때 탈융합과 수용은 지속적인 자각과정으로서의 자기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다.  

관찰하는 자기

관찰하는 자기(observing self)는 자기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지만 우리에게 가장 낯선 자기의 개념이다. 앞의 개념화된 자기나 지속적인 자각과정으로서의 자기와 달리, 관찰하는 자기는 언어적인 관계로 기술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찰하는 자기에 접촉하는 것은 '경험'의 영역이다. 앞서 탈융합의 연습으로 생각이 적혀있는 나뭇잎이 시냇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을 관찰하게 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당신은 당신이 느끼는 것을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관찰하는 자기와 접촉이 된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 진행 중인 것과 접촉하게 된다는 것이며 당신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더 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연습들은 당신이 현재 순간에 접촉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러한 연습들은 '마음 챙김(mindfulness)'기법으로 불려 왔다. 마음 챙김이란 경험적인 사건이 그 순간에 일어날 때 융합되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으며 알아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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