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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창고_심리상담의 실제

수용전념치료

by 디어라니 2023. 5. 24.

수용전념치료(ACT)란 인지행동치료 내에서 '제3의 동향'으로 일컬어지는 심리치료 모델이다. 상담자가 가진 이론적 배경은 다양하며 어떤 치료적 접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치료의 방법은 달라진다. 지금까지 심리상담이란 무엇이고 상담의 진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봤다면, 지금부터는 하나의 심리치료접근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실제 상담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수용전념치료(ACT)란 무엇인가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arapy)에서 말하는 '수용'은 고통은 제거하려고 애쓸 때 오히려 증폭되고, 그 속으로 더 휘말리게 되며, 더 외상적인 것으로 변환된다는 개념에 기초한다. 고통을 수용하는 것이 그저 고통을 참고 견디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 순간을 능동적이고 생생하게 끌어안는 것이다. 우리는 능동적인 형태의 수용을 거의 또는 전혀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담자가 처음에 이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수용전념치료는 문제를 다루는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달리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고통을 달리 접근하는 방법을 배울 때, 고통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빠르게 변화될 수 있다. 

심리적 문제들에 사로잡혀 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삶에 집중하기 어렵다. 내 주의의 초점은 고통에 맞춰져 있으며 그 고통을 줄이는 것에 집중한다. 고통이 줄어들 때까지 삶을 유보하는 것이다. 수용전념치료에서 말하는 '전념'은 내가 영위하고 싶은 삶에 접촉하는 것, 내 삶의 가장 의미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거나 사라지지 않아도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더 이상 그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괴로움은 보편적이다

우리 모두는 고통을 겪는다. 모든 개인은 육체적 고통을 느끼고 슬픔, 불안, 두려움, 상실감을 느낀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지구 상 다른 어떤 생명체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팽배한 방식으로 고통을 느낀다. 인간이 가진 언어적 능력은 다른 피조물과 구분 짓는 특징 중 하나이다. 어떤 단어를 읽기만 해도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 '안경'이란 단어를 읽을 때, 그 대상이 눈앞에 있지 않아도 우리는 그와 관련된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전혀 해롭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두려움을 일으키는 단어라면 어떨까? 그 두려움과 관련된 단어가 불러오는 '생각'이 나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언어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에 실제 그 상황에 처한 게 아니더라도 언어를 통해 마치 그 상황에 처한 것 같은 감정이 떠오를 수 있다. 이는 심리적 고통에 대한 상황적인 단서를 피한다고 해서 힘든 감정을 제거하는 데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통에 따른 문제

심리적 고통에는 아픔이 뒤따른다. 그 뿐 아니라 그 고통 때문에 내담자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한다. 공황장애가 있는 내담자의 경우를 보자. 공황 발작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공황장애가 없었던 삶에선 정상적으로 참여했을 활동들을 피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공황발작이 일어날 것이 걱정되는 내담자는 사회적 상황을 회피할 것이다. 문제에 맞춰 삶을 적응시키는 과정에서 내담자의 삶은 점점 더 협소해지고 유연성을 잃어가게 된다. 

고통이 삶의 다양한 활동들을 얼마나 방해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고통이 사라졌을 때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상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담자에게 다음과 같이 물을 수 있다. '당신의 고통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무엇을 할 건가요?' 지금까지 끊이지 않았던 정서적 고통과의 싸움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면 삶의 경로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해 보다 폭넓게 생각해 보는 것이 요점이다. 내담자 마음속 그에게 진짜로 중요한 것에 대한 어떤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담자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 만일 분노가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나는 사람들과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것입니다.
  • 만일 내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면, 나는 내 경력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며 내가 항상 꿈꿔 오던 직업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 만일 내게 불안이 없다면, 나는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삶에 더 온전히 뛰어들 것입니다.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실재의 고통 뿐 아니라, 실재의 고통으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는 활동으로 겪는 부재의 고통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통 때문에 내담자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고통 또한 상담에서 다루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고통에 집착한다. 수용전념치료에서는 내담자의 행동이 고통 또는 고통의 회피와 연결되지 않고 내담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연결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내담자가 지금까지 투쟁해 온 문제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며 유연해지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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